연극의 앞 10여분을 항상 못 보던 사람과 연극의 뒤 10여분을 항상 못 보던 사람이 수십년 후 만나서 예를 들어 햄릿과 맥베스 등의 앞 뒤를 맞춰보는 이야기이다.
Future 양은 재미있어 했는데 실제로 그 책을 보여주니까 내용이 4페이지 분량의 수필이었다. Future 양이 생각하기에는 분량이 넘 적었다고 한다. 그러나 어쩌랴. 원래 작품 분량이 이런 걸.
그건 그렇고 그 책을 찾아주려고 얼마 안 남은 내 서가를 뒤지다가 밀란 쿤데라의 불멸을 맞두닥뜨리게 되었다. 하핫.
There is a certain part of all of us that lives outside of time.
이 문장은 우리의 인생의 어떤 특정 부분은 시간을 넘어서는 부분 (영원한 부분)이 있다는 말이다. 밀란 쿤데라 소설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내가 엄청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, 그래도 내가 읽어보았을 때, 이 책 불멸이 그의 소설 중에 제일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.
그런데, 이 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니체의 '영원회귀 사상' 이다.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철학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십여년도 더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주 정확하게 니체의 철학과 이 책의 내용을 결부시키지는 못했었다.
그런데, 팟캐스트의 영향으로 (강인원의 인문학 읽기, 라든가 지대넖얕 이라든가) 니체에 대한 어느 정도 기본 개념이 잡혀서 세월이 흐른 후 더욱 더 잘 이해되게 되었다.
아래는 Chapter 15의 첫 페이지 부분인데.... 아마도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기본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리라. 그런데 이해하고 나면 무지 재밌다. 암튼 재밌다. 그래서 프랑스판으로 저자가 처음 출간했을 때 프랑스 독자들이 그렇게 좋아했나 싶다.
이 책의 더 재밌는 부분은 딴 데 있으니....바로 저자가 이 책에 직접 등장하는 부분이다. 마치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 2편에 나와서 지금 시중에 내 책 가짜가 떠돌고 있는데 지금 여러분이 있는 이 책이 진짜다,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.
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, 나중에 보르헤스가 여러번 이런 부분이 돈키호테에서 나왔다고 해서 알게 되었고 그래서 불멸 때문에라도 돈키호테와 보르헤스에 더 빠지게 되었다. 암튼 재밌는 소설들이다. 불멸, 돈키호테, 그리고 보르헤스의 수필들.
그런데... 이 쿤데라의 다른 작품들은 생각보다 난해한 면이 있어서 불멸만큼 재밌지는 않았다. 나는 그렇게 느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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